카테고리 없음

노란 은행잎

삼태마을 2024. 11. 10. 10:47

대전 유성 유림공원에사

세 줄 일기(2024.11.10 일 흐림)

어제는 00 모임에 참석하였고, 오늘은 대전천변 도로애서 자전거로 운동을 하려고 한다. 내일은 00 모임 총무 역할을 해야 한다.

 

대전 가오동 꽃무릎

노란 은행잎

가을은 울긋불긋 단풍의 계절이다. 아파트 은행나무는 노란 은행잎으로 단풍을 가을이 왔다고 인사를 한다. 아파트 산책길의 키가 작은 화살나무는 분홍색 저고리를 입은 소녀처럼 많은 주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으며, 붉은 홍시가 매달린 감나무의 붉은 단풍도 가을 소식을 아파트 주민들에게 가을 소식을 전해준다.

 

대전 유성 유림공원에서(핑크뮬리)

가을 추억

70년대 초 군 제대 후 복직했던 국민학교(초등학교)  교사 시절의 가을이 생각난다. 지금은 없어진 초등학교 학생들의 청소 활동이 희미한 활동 사진처럼 드러난다. 1970년대 초 국민학교(초등학교) 학생들은 학교 이곳저곳의 청소를 하였다. 심지어는 재래식 화장실의 청소를 비롯하여 교실 바닥과 운동장 청소. 교장실 청소. 관사 청소. 학교 울타리에 있는 나무밑 청소까지 모두 학생들이 청소를 하였다. 그런데 가을이 되면 학교에 있는 수많은 나무들이 낙엽이 떨어지면서 아이들의 운동장 청소가 큰 문제 거리가 되었 다. 

 

학교 안에는 백년 가까이되는 느티나무를 비롯하여 은행나무. 벚나무. 측백나무 등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나무가 있었다. 운동장에 떨어진 낙엽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단풍은 노란 은행나무 잎이 제일 좋았다. 은행잎은 다른 나무들에 비해 노란 단풍을 자랑하는 시간이 매우 짧았다. 학교 안에 있는 나무들은 낙엽이 되어 떨어지는 시기가 다르며 오랫동안 낙엽이 되지 않고 눈발이 날릴 때까지 붙어있는 나무도 있었다. 

 

모든 학교의 운동장 청소는 고학년이 담당하였는데 고학년 담임교사는 운동장 청소를 제일 많이 신경을 써야 한다. 왜냐하면 학교에 외부 손님이나 교육청 장학사와 교육장이 학교를 방문하는 날은 운동장에 휴지 하나 없이 깨끗해야 하는데 운동장이 지저분하거나 낙엽이 떨어져 있으면 교장 선생님한테 난리가 난다. 

 

70년대 초 내가 근무 한 학교에도 노란 은행나무가 있었는데 아주 예쁜 은행잎을 여학생들이 아주 좋아하였다. 문학을 좋아했던 나는 운동장의 노란 은행잎을 오래도록 쓸거나 줍지 않았으면 마음을 가졌다. 노란 은행잎은 학생들의 정서 교육 함양에 보탬이 될 수 있으며 감성교육에도 좋을 것 같았다. 

 

어느 가을 날 교육청의 장학지도로 장학사님이 학교를 방문하는 날이 왔다.  교장선생님과 교감 선생님은 학교 방송을 통해 아침 청소를 철저하게 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6학년 담임교사이었던 나도 마당비를 들고 운동장 청소를 하는데 노란 은행나무 잎은 쓸지 않고 그냥 두었고 나머지 낙엽만 청소를 하였다. 장학지도를 마치고 최종 강평하는 시간이 되었다. 장학사님의 지도 강평에서 모든 교사들에게 수고를 했다는 칭찬과 시정해야 할 것을 지적하고 나서 끝으로 노란 은행잎을 마당비로 쓸지 않고 그 애로 둔 것에 대해 많은 칭찬을 해 주셨다. 노란 은행잎이 학생들의 정서 교육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장학사님의 말씀에 나도 공감을 하였다.

 

쌀쌀한 아침 아파트 관리인들은 아파트 낙엽을 치우느라 수고를 많이 하신다. 옛날에는 마당을 쓸 때 싸리나무 빗자루를 사용하였는데 요즘은 비가 사라지고 송풍기(바람을 일으키는 기계)로 아파트 낙엽을 청소하고 있다. 우리 아파트의 아름다운 노란 은행잎이 송풍기로 훨훨 날려가는 것이 조금은 삭막해 보인다. 송풍기에 날아간 노란 아름다운 은행잎이 아쉽기만 하다. 노란 은행잎을 살며시 밟고 가는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기회를 빼앗겼다니........